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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숭례문 화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어젯밤 우리나라의 국보 중 하나인 숭례문이 불탔다. 1394년에 창건되어 2차례 정도의 보수만 있었을 뿐 임란, 병란, 심지어 6·25 전쟁 때도 온전히 남았던 것이 겨우 방화로 추정되는 불길 하나에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2006년 3월 3일에 숭례문 개방식이 있었다. 얼마 뒤, 지붕 위에 있던 어처구니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 문화재청은 민원을 받고도 "내년 7월에 복구할 것"이라고 했다. 국보가 훼손되었는데 무엇 때문에 반 년씩이나 걸리는지 알 수 없다.

일반인에게 개방을 하면 위험에 많이 노출되게 되므로 더욱 더 재해 방지 체계에 신경써야 할 텐데 수상한 사람이 들어가는 걸 목격한 사람이 경비원(물론 있지도 않았겠지만) 같은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는 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또한 숭례문은 목재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소화 시설 하나 없었다. 화재 진압을 할 때도 문화재 규정에 묶여 초기 진압이 늦어졌고, 소방관들은 건물의 특성을 알지 못 해 소화제도 이것 저것썼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숭례문 화재는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당시 책임자였던 2MB와 문화재청장 등은 책임을 회피하지 못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전시행정의 폐해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일만 벌여놓으면 끝이 아니라 사후관리를 더 잘 하는 것이 잘 된 행정이다. 어쩌면 숭례문은 그걸 보여주려고 꺼지려는 불을 일부러 머금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이런 국제적인 망신이 또 어디 있겠나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꼭 누군가가 죽고, 무언가가 부서지고 없어져야만 대책을 세운다. 2MB 정부가 이번 일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남은 문화재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길 기대해본다.

다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